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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토 배경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는 차량 스스로 인지하고 제어하는 영역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혁신 기술의 안전성을 어떻게 검증하고 제도 안에서 조화롭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 산하 세계자동차기준조화포럼(WP.29, World Forum for Harmonization of Vehicle Regulations)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술 수준과 운전자의 역할을 기준으로 규제 체계를 「운전자 제어 지원 시스템(DCAS, 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과 「자율주행시스템(ADS, Automated Driving System)」으로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해 왔습니다. DCAS를 규율하는 유엔 규정(UNR, UN Regulation) 제171호의 02 시리즈 개정안과 ADS 세계기술규정(GTR, Global Technical Regulation) 제정안은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실무그룹(GRVA, Working Party on Automated/Autonomous and Connected Vehicles)의 심의를 거쳐 WP.29에 상정되었으며, 2026년 6월 23~26일 개최되는 제199차 WP.29 총회에서 최종 채택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 차량교통국(RDW, Rijksdienst voor het Wegverkeer)이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규정의 예외 조항을 활용하여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Supervised(감독형) 시스템을 제한적으로 승인한 사례는 글로벌 규제 환경의 유연한 변화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이정표입니다. 본 TLI(Tech Legal Insight)는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규제 체계의 구조와 국내 법·제도의 연계성을 분석하고, 정부의 자율주행 실증 사업 및 법제도 정비 노력과 맞물려 국내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봅니다.
2. 글로벌 자율주행 규제 체계의 발전: 운전자의 역할과 시스템 역량에 따른 구분

과거의 자동차 안전 규제가 조향·제동 등 하드웨어의 개별 성능 평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현재의 글로벌 규제 패러다임은 "시스템이 동적 주행 작업(DDT, Dynamic Driving Task)을 어느 수준까지 수행하며, 인간 운전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감독 역할이 요구되는가"를 기준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① 운전자 제어 지원 시스템(DCAS) 규정 — UNR 제171호
DCAS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기준 레벨 2 수준에 해당하는 고도화된 주행 보조 시스템을 다룹니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내비게이션 경로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차선 변경 등을 주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주행의 최종 책임과 상시 감독 의무는 여전히 인간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운전자가 이를 자율주행으로 오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주의 분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 Human-Machine Interface)를 활용한 시선·조향 모니터링 등 세밀한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 이 규정의 핵심입니다.
② 자율주행시스템(ADS) 세계기술규정 — UN GTR
ADS GTR은 SAE 레벨 3 이상의 조건부 및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을 포괄합니다. 특정 운영설계영역(ODD, Operational Design Domain) 내에서는 시스템이 주행을 전적으로 통제하며 운전자는 상시 감독 의무에서 벗어납니다. 이에 따라 규제 당국은 제조사에게 가상 시뮬레이션, 트랙 테스트, 실도로 주행 등 다중 검증 방식을 통해 안전성을 엄격히 입증하도록 요구합니다.
3. UN 규제 체계와 국내 자동차안전기준(KMVSS)의 연계성
이러한 UNECE의 규제 동향이 우리나라에 각별히 중요한 이유는, 국내 법·제도가 UN 규제 체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UNECE의 '1958년 협정'과 '1998년 협정'에 모두 가입한 글로벌 자동차 통상 국가입니다. 1958년 협정의 핵심인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 원칙에 따라, UNR로 형식승인을 받은 차량이나 부품은 체약국 간에 별도의 중복 인증 없이 수출입이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KMVSS, Korea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s)」을 제·개정할 때 UNR을 표준 모델로 삼아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DCAS UNR 제171호 개정 및 ADS GTR 논의는 단순한 해외 기술 트렌드가 아닙니다. 머지않아 국내 법령(KMVSS)으로 직접 수용되어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차량의 인허가 기준으로 기능하게 될 '예고된 미래의 국내법'인 셈입니다.

4. 테슬라 FSD Supervised의 유럽 승인 사례와 그 의미
엄격한 글로벌 규제 체계 속에서도 최근 네덜란드 RDW의 테슬라 FSD Supervised 승인 사례는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유럽 시장은 사전 형식승인(Type Approval) 제도를 운용하는 만큼, 기존 보조 시스템 규정만으로는 FSD의 고도화된 시스템 주도 기동을 수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된 것이 EU
형식승인 프레임워크(Regulation 2018/858) 제39조입니다. 이 조항은 기존 규정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신기술에 대해, 제조사가 기존 규정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경우 임시 승인을 허용하는
샌드박스 성격의 규정입니다. BMW의 고속도로 핸즈오프(Hands-off) 자동 차선 변경 승인, 포드의 블루크루즈(BlueCruise) 승인에도 동일한 제39조 절차가 활용된 바 있습니다.
RDW는 18개월에 걸쳐 유럽 도로에서 160만 킬로미터 이상의 주행 데이터, 13,000회 이상의 동승 테스트, 4,500개 이상의 트랙 시나리오를 포함하는 방대한 검증 결과를 면밀히 심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해당
시스템이 철저한 운전자 감독 하에 운용될 경우 도로 교통안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이 승인은 네덜란드 내 잠정 유효성을 갖는 유럽 형식승인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안전성 소명을 통해 규제의 예외 조항을 활용하여 혁신 기술을 제도 안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선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국내 현황: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과 KMVSS의 교차점
국내 시장에서는 동일 차종이라도 생산지에 따라 FSD 기능의 활성화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 규제 수용 방식과 통상 협정의 구조적 특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롯됩니다.
한·미 FTA 적용 차량: 미국에서 생산되어 수입되는 차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Korea-United States Free Trade Agreement)에 따라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Federal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s)을 충족하면 일정 대수 이하에 한해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차량들은 관련 기능을 비교적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산 수입 차량과 KMVSS: 반면 현재 국내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공장 생산 물량은 한·미 FTA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현행 KMVSS 또는 이와 조화된 UNECE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규제 당국의 접근 방식: 현재 국내 안전기준은 "운전자의 명시적 승인 하에 작동하는 차선 변경"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혁신 기술의 도입을 가로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기능이 국내의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 국민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지를 국제 기준에 비추어 신중히 검토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며 국제 기준의 변화에 맞추어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한·미 FTA 적용 차량: 미국에서 생산되어 수입되는 차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Korea-United States Free Trade Agreement)에 따라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Federal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s)을 충족하면 일정 대수 이하에 한해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차량들은 관련 기능을 비교적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산 수입 차량과 KMVSS: 반면 현재 국내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공장 생산 물량은 한·미 FTA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현행 KMVSS 또는 이와 조화된 UNECE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규제 당국의 접근 방식: 현재 국내 안전기준은 "운전자의 명시적 승인 하에 작동하는 차선 변경"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혁신 기술의 도입을 가로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기능이 국내의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 국민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지를 국제 기준에 비추어 신중히 검토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며 국제 기준의 변화에 맞추어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6. 시사점: 규제 당국과 산업계의 과제
자율주행 안전기준이 점차 국제화·세분화됨에 따라, 안전 보장과 산업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규제 당국과 산업계 각각이 준비해야 할 과제와 현재의 대응 동향을 살펴봅니다.
① 규제·정책 당국: 실증 인프라 고도화와 법제도 선도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규제 당국에는 두 가지 핵심 과제가 주어집니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안전성을 실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는 실증 인프라의 체계적 구축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 발생 시 다층적 책임 구조를 명확히 정리하는 사고책임 법제도의 선제적인 정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네덜란드 RDW의 사례가 보여주듯, 충분한 실 도로 데이터와 명확한 책임 기준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혁신 기술을 제도 안으로 유연하게 수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제의 실현을 위해 우리 정부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증 인프라 측면에서는, 2026년 하반기 광주광역시 전역에 자율주행차 200대를 투입하는 대규모 도심 실증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정부의 '자율주행 실증도시 추진방안'에 따른 이 사업에는 보험사도 참여하며, 축적되는 주행 데이터는 향후 국내 인시던트·사고 모니터링 보고(ISMR, Incident and Safety Monitoring Report) 체계 구축의 실증 기반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책임 법제도 측면에서는, 2026년 4월 7일 국토교통부 주도로 법조·공학·보험·산업계 전문가 18명이 참여하는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TF'가 공식 출범하였습니다. 정부는 이미 2020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을 통해 사고 발생 시 피해자를 우선 보상한 뒤 최종 책임 주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선보상 후구상 체계의 기본 틀을 마련한 바 있으며, 이번 TF는 제조사·자율주행 서비스 운영사·소프트웨어 개발사 등 다층적 책임 주체 간의 판단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 과제 발굴 및 연말까지의 사고책임 가이드라인 마련을 목표로 합니다. 운행기록 저장장치(DSSAD, Data Storage System for Automated Driving)에 기반한 사고 원인 규명 체계를 갖춰 나가는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향후 DCAS·ADS 국제 규제가 국내에 도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② 자동차·모빌리티 산업계: 안전 입증 역량 제고와 SDV 전환 가속화
산업계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대응이 요구됩니다. 하나는 규제 당국과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안전 입증 체계의 고도화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 기술 규정이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관리 역량을 실질적으로 갖추기 위한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의 가속화입니다.
안전 입증 측면에서는, 기능 개발을 넘어 시스템이 어떻게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을 유지하는지를 논리적으로 문서화하는 안전설계(Safety-by-Design) 기반의 '안전 사례(Safety Case)'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해외 시장 진출과 국내 규제 대응 모두에서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또한 고도화된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운전자의 과도한 의존을 방지하는 세심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시선 모니터링, 핸즈온 요청(HOR, Hands-On Request), 직접 제어 경고(DCA, Direct Control Alert) 등을 차량 HMI(Human-Machine Interface)에 자연스럽고 명확하게 구현하는 것이 규제 요건인 동시에 사용자 신뢰 확보의 관건입니다.
안전 입증 측면에서는, 기능 개발을 넘어 시스템이 어떻게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을 유지하는지를 논리적으로 문서화하는 안전설계(Safety-by-Design) 기반의 '안전 사례(Safety Case)'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해외 시장 진출과 국내 규제 대응 모두에서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또한 고도화된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운전자의 과도한 의존을 방지하는 세심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시선 모니터링, 핸즈온 요청(HOR, Hands-On Request), 직접 제어 경고(DCA, Direct Control Alert) 등을 차량 HMI(Human-Machine Interface)에 자연스럽고 명확하게 구현하는 것이 규제 요건인 동시에 사용자 신뢰 확보의 관건입니다.
SDV 전환 측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최근 행보가 주목할 만한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포티투닷(42dot) 주도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AAOS, Android Automotive OS)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개발하여 2026년 2분기 출시 신차부터 순차 적용하고 있습니다. 독자 운영체제 대신 AAOS라는 개방형 표준을 채택함으로써 글로벌 앱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한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Over-the-Air)와 차량 제어의 소프트웨어 통합을 가속화하여 ADS GTR이 요구하는 OTA 및 보안 관리 체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규제가 요구하는 기술 역량을 제품 아키텍처(Architecture) 수준에서부터 내재화하는 접근 방식은, 국내 산업계 전반이 참고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7. 결론
7. 결론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패러다임은 기술 개발을 넘어, "시스템의 안전성을 법적·제도적 틀 안에서 어떻게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입증할 것인가"의 단계로 성숙해 가고 있습니다.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ADS·DCAS 국제 규제는 안전과 혁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국내 규제 당국이 추진 중인 실증화 사업과 사고책임 법제도 정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산업계가 상호 신뢰 속에 유연하면서도 촘촘한 안전기준을 함께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확고한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ADS·DCAS 국제 규제는 안전과 혁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국내 규제 당국이 추진 중인 실증화 사업과 사고책임 법제도 정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산업계가 상호 신뢰 속에 유연하면서도 촘촘한 안전기준을 함께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확고한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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