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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발효한 「차량 순환성 규정」은 차량의 설계 단계부터 폐자동차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규율하며, 그 준수 여부가 형식승인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유럽시장 진입 요건의 성격을 갖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그 주요 내용과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해 드립니다.
EU, 차량 순환성 규정(ELVR) 발효
1. 규정 발효 및 적용 일정
「차량 설계의 순환성 요건 및 폐자동차 관리에 관한 규정」(ELVR, Regulation (EU) 2026/1738)이 2026. 7. 24. 유럽연합 관보에 게재되어 게재일로부터 20일이 되는 날인 2026. 8. 13. 발효하였습니다. 원칙적인 적용 개시 시점은 2028. 9. 1.이며, 주요 의무는 그 이후 단계적으로 시행됩니다.
이번 규정은 기존 폐자동차 지침(Directive 2000/53/EC)과 차량의 재사용·재활용·회수 가능성에 관한 3R 형식승인지침(Directive 2005/64/EC)을 폐지하고 그 내용을 통합한 것입니다. 규범의 형식 역시 지침(Directive)이 아닌 규정(Regulation)으로 바뀌었습니다. 지침은 회원국이 국내법으로 전환하여야 비로소 효력을 갖는 반면, 규정은 별도의 전환 절차 없이 모든 회원국에 직접 적용됩니다. 종래 폐자동차 관련 의무는 회원국별 전환 방식과 시행 시기에 편차가 있어 시장별로 대응 수준을 달리할 여지가 있었으나, 앞으로는 단일한 기준이 동시에 적용됩니다. 특정 회원국의 유예나 완화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만큼, 단일 기준을 전제로 대응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용 시기와 범위는 차종에 따라 달라집니다. 승용차와 소형화물차에는 규정의 일반 적용 시점인 2028. 9. 1.부터 적용되고, 승합·버스와 중·대형 화물차, 피견인차 및 이륜·삼륜차 등에는 2031. 9. 1.부터 적용됩니다. 이처럼 나중에 편입되는 차종에는 재활용 가능률과 재생 원료 사용 의무 등이 적용되지 않고 수거와 처리를 중심으로 한 폐자동차 단계의 의무만 적용되는 등 차종별로 범위에 차이가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 차량 설계와 소재에 부과되는 순환성 요건
제작사에 가장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것은 재생 원료 사용 의무로 보입니다. 2032. 9. 1.부터 형식승인을 받는 신차는 차량에 사용된 플라스틱 중량의 15% 이상(2036. 9. 1.부터는 25% 이상)을 소비 후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재활용된 원료로 조달하여야 합니다. 또한 그 15%(2036년부터는 25%) 중 20% 이상은 폐자동차 또는 사용 단계에서 차량으로부터 탈거된 부품에서 회수된 플라스틱이어야 하므로, 제작사로서는 재생 원료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폐자동차에서 소재가 회수되는 경로 자체를 확보하여야 합니다. 다만 재생 원료의 공급 부족이나 과도한 가격으로 준수가 현저히 곤란해지는 경우에는 집행위원회가 한시적 예외를 두거나 적용 시기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재생 원료의 조달처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유럽연합 역내 시설에서 재활용된 것이 원칙이며, 2030. 8. 14.부터는 역외 시설에서 재활용된 소재도 규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됩니다. 역외 시설은 최소 5년마다 제3자의 감사를 받아야 하므로, 국내 시설에서 재활용된 재생 원료를 유럽 수출 차량에 사용하려는 경우 소재 자체의 물성뿐 아니라 처리시설의 적격성과 감사 체계까지 확보하여야 합니다.
설계에 관한 요건도 구체화되었습니다. 2032. 9. 1.부터 형식승인을 받는 차량은 중량을 기준으로 두 가지 비율을 함께 충족하여야 합니다. 먼저,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부분이 85% 이상이어야 하고, 재사용 또는 회수 가능한 부분이 95% 이상이 되도록 제작되어야 하며, 전기차 배터리·배터리팩·구동모터는 허가된 처리시설이나 정비사업자가 사용 단계와 폐기 단계에서 손상 없이 탈거·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제작사는 공급망 전 단계에서 차량에 사용된 모든 소재의 종류와 질량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정보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3. 제작사의 순환성 전략 수립과 폐자동차 관리
이번 규정에서 제작사에게 가장 먼저 도래하는 실질적 의무는 재생 원료 요건이 아니라 순환성 전략의 수립입니다. 각 제작사는 2029. 9. 1.부터 순환성 전략을 수립하여야 하며, 그 수립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회원국 형식승인 당국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하고, 이를 적어도 5년마다 갱신하여야 합니다. 같은 날부터 제작사는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팩, 핵심원자재가 사용된 부품 등을 안전하게 탈거하고 교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폐자동차 처리업체와 정비사업자에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집행위원회가 기밀정보를 제외한 순환성 전략을 공개하는 만큼, 그 내용은 작성 단계에서부터 신중히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폐자동차 단계에서는 확대생산자책임(EPR)이 도입되었습니다. 확대생산자책임은 각 회원국 시장에 차량을 최초로 공급하는 자에게 귀속되며, 제작사뿐만 아니라 수입사나 유통사가 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는 2029. 9. 1.부터 자신이 공급한 차량(이미 공급된 차량 포함)이 폐자동차가 되었을 때 그 수거와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하고, 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합니다. 의무의 이행은 직접 할 수도 있고 생산자책임조직을 지정하여 대신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유통 구조에 따라 생산자가 달라지는 만큼, 회원국별로 자사 또는 현지법인이 생산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마무리 및 시사점
이번 규정의 적용 개시 시점은 2028. 9. 1.이고, 제작사의 주요 의무는 2029. 9. 1.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됩니다. 다만 재생 원료의 확보와 순환성을 고려한 설계에는 소재 개발과 검증, 공급처 확보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적용 시점보다 앞서 대응에 착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번 규정은 완성차 제작사의 대응만으로 충족되기 어렵습니다. 재생 원료의 함량과 소재 구성을 입증하려면 공급망 전 단계에서 관련 자료가 수집되고 확인되어야 하며, 소재·부품 공급사에도 자료의 제공과 관리 부담이 이어집니다. 이러한 자료는 결국 거래관계를 통하여 확보되는 것인 만큼, 자료 제공의 범위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공급계약 단계에서 정리하여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재생 함량의 산정과 검증에 관한 세부 기준을 비롯한 상당수 사항은 앞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별도의 후속 입법으로 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으로서는 자사에 적용되는 의무의 범위를 확인하는 한편, 그 세부 기준의 논의 경과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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