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 관련 현장조사에 대해 쿠팡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이번 결정은 공정위 현장조사의 중단으로 인한 공익 침해를 기업의 불이익보다 더 중하게 평가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들은 집행정지와 같은 사후적 대응에 앞서 조사 초기 단계부터 절차적 적법성과 실질적인 조사 대응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공정위 현장조사와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여부
대규모유통업법 제38조는 공정위의 조사 및 의견청취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제8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같은 조 제6항 및 제9항, 제84조 및 제85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상 현장조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이러한 대규모유통업법상 현장조사에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행정조사기본법은 행정조사에 관한 일반법으로서 원칙적으로 모든 행정조사에 적용되지만, 제3조 제2항에서 일정한 조사는 적용 대상으로부터 제외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조사는 적용 제외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조사는 적용 제외 대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률 문언상으로는 대규모유통업법에 근거한 공정위 현장조사에도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조사대상자에게 조사 목적, 조사 기간·장소, 조사 범위 및 내용 등을 사전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사대상자가 조사에 대비하고 자신의 권리를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조사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절차 규정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사전통지를 할 경우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그동안 현장조사의 특성상 자료 삭제나 전산기록 변경 등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사전통지 없이 현장조사를 해 왔습니다.

결국 이번 쿠팡 사건의 핵심 쟁점은, 대규모유통업법상 공정위 조사에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되는지, 공정위가 사전통지 예외사유를 충족하였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집행정지 단계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본안소송에서 심리할 사항이라고 보았습니다.
2. 쿠팡 집행정지 기각 결정 사례에서 확인된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 기준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는 단순히 처분의 위법성이 주장된다는 이유만으로 인용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1)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발생 여부, 2) 긴급한 필요성, 3)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합니다.
이번 쿠팡 사건에서 법원은 현장조사를 통해 자료가 제출된 이후에는 원상회복이 어렵고 금전배상만으로 충분한 구제가 곤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성 자체는 일정 부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이는 집행정지 인용을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며, 최종 판단은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납품업체가 거래상 불이익을 우려하여 자료 제출을 꺼릴 수 있다는 점, 계약서, 전산자료, 내부자료 등 객관적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법 위반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근거로, 현장조사를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공익상 손해가 쿠팡이 입을 수 있는 손해보다 크다고 보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다만 이번 결정은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여부 및 사전통지 예외사유 충족 여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해당 쟁점들이 추가적인 법리 검토와 사실관계 심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아 본안소송에서 판단할 문제로 남겨두었습니다.
3. 쿠팡·한화 사건으로 살펴본 최근 법원의 판단 경향과 시사점
이번 결정은 공정위 현장조사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도 기업이 단순히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조사 중단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만 이번 쿠팡 사건의 결정만을 근거로 법원이 공정위 조사와 관련된 집행정지 신청에 일관되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한화가 제기한 공정위 자료제출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해당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또한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을 정지하였습니다.
이처럼 법원은 공정위 조사와 관련된 집행정지 또는 효력정지 사건에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조사대상의 성격, 침해되는 권리의 내용,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발생 가능성,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별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쿠팡 사건에서는 현장조사 중단으로 인한 증거 확보 차질과 법 위반행위 규명이라는 공익이 강조된 반면, 한화 사건에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전자정보의 수집·제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침해 가능성이 보다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공정위 조사에 대한 집행정지는 어렵다" 또는 "가능하다"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절차적 위법성이 존재하는지, 그로 인하여 어떠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공익과 비교형량 시 어떤 요소를 주장할 수 있는지를 개별 사안에 따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 일련의 사건은 공정위 조사 대응에 있어 실체적 쟁점뿐만 아니라 절차적 쟁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들은 단순히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실체적 방어에 그칠 것이 아니라, 행정조사기본법의 적용 여부, 사전통지 의무 준수 여부, 조사 범위의 적법성, 조사권 남용 여부 등 조사 절차 전반에 대한 법적 검토를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절차적 쟁점이 과징금 취소소송이나 조사처분 취소소송에서 중요한 공격·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4. 공정위 현장조사 단계별 기업 대응 전략
이번 사건은 공정위 조사 대응의 핵심이 집행정지나 소송 단계가 아니라 현장조사 초기 단계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공정위 사건에서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와 진술이 이후 심사보고서 작성, 과징금 부과, 시정명령, 행정소송에 이르기까지 사건 전 과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조사관이 사업장에 방문하는 시점부터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기업은 조사 개시 즉시 조사공문을 확보하고 조사 목적, 조사 대상 행위 및 법적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조사 범위가 특정되어 있는지, 실제 조사 과정에서 그 범위를 벗어난 자료 확보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해당 조사가 행정조사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사안인지, 사전통지 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초기 단계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 진행 과정에서는 자료 제출 및 진술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은 제출되는 전산자료와 문서의 범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영업비밀이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호조치를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조사관의 질의 내용, 임직원 진술 내용, 자료 제출 경위 등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향후 조사권 남용이나 절차 위반 여부를 다투는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기업은 현장조사 단계부터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합니다. 공정위 사건은 일반적으로 현장조사, 심사보고서, 의견제출, 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행정소송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기업은 초기 단계부터 절차적 위법성 여부, 조사권 행사 범위, 확보된 증거의 적법성, 향후 집행정지 및 취소소송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공정위 조사에 직면한 경우 실체적 방어뿐 아니라 조사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검토와 소송 전략 수립을 초기 단계부터 병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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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프로:강신민 고문· 김종식 변호사· 박순영 변호사· 권유근 변호사 (공정거래팀)
린 공정거래팀은 부당한 공동행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불공정거래행위 등 공정거래 분야 전반에서
공정위 조사·심의 대응과 행정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