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12. 법률신문 보도
[목요일언] 4차산업혁명, 코로나 그리고 법무법인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자문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던 과거에는 사무실과 도서실에서 책상 가득한 서류와 법률 서적을 찾아가면서 일했었고, 시니어가 되고 나서는 하루 종일 내부회의와 고객 대면미팅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모바일과 사이버공간을 기초로 하는 4차산업혁명은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요즘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 그 정도가 심각 수준에 이르러 모임, 대면 미팅을 중단해야 할 지경이 되자, 당장 법인의 업무가 마비될 것이 덜컥 걱정이 돼 법인 파트너 SNS방에 긴급 파트너 회의 소집을 언급하였더니, 파트너들 왈 "코로나 시대에 파트너 회의를 소집할 필요가 뭐 있느냐. 매일 하듯이 SNS를 통해 소통하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 필자는 이미 매일 SNS의 파트너 방에서 파트너들과 비대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파트너들에게 코로나의 창궐은 법무법인에게는 위기로서 법인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하니, "우리 법인은 모든 프로에게 노트북이 지급되어 있으니, 반드시 출근이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원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꼭 필요한 미팅을 제외하고는 전부 화상 회의를 원칙으로 하자"고 한다. 이렇게 조치를 취하니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에 위협을 주는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SNS 방에서 결의하여 이메일로 전사 공유하고 당장 다음날부터 시행을 해 버렸다. 대표인 필자도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담당 프로들이 어디있는지 모르겠지만 일은 착착 진행되고, 그룹이메일과 개별 프로젝트별 채팅방에서의 문자 또는 화상회의로 소통하면서 해결되어 간다. 이런 상황이 다소 어리둥절했던 필자도 이제는 완전히 적응해 버렸고, 미래의 법무법인은 아마도 스타벅스 같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4차산업기술로 무장한 프로들이 시공간의 장애를 넘어 업무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법인 내 대표 방을 반납하고 지정좌석이 없는 오픈스페이스(이 곳은 우리 법인의 자랑이자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다)로 옮겼는데, 오픈스페이스에서 동료들과 웃고 논의하고 필요 시 회의하는 게 습관이 되니 개인 방이 없는 게 전혀 불편치 않다(다만, 문서작성이 주된 업무의 하나인 어쏘변호사들에게는 방을 모두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오늘도 필자는 오픈스페이스로 출근하였다. 10여명이 오가던 오픈스페이스에는 출근이 필요한 프로 및 스탭 2~3명만이 나와 업무를 보고 있다. 자리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고 글을 좀 쓰다보니 왠지 외롭다. 구식이라고 놀림을 받아도 좋고 4차산업에 좀 뒤져도 좋으니, 코로나가 빨리 물러가서 펌의 가족들 얼굴 하나하나 보면서 식사하고 웃고 이야기하고 싶다.
임진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린)
원문보기 : https://www.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160118&kind=BA03&key=